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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키보드워리어가 보황이 되기까지

 

보겸, 발로 키보드를 내리치던 청년이 구독자 400만을 바라보는 성공한 유튜버가 됐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던 게임 방송을 하던 그였다. 지금은 클린한 방송을 지향하며 많은 '가조쿠(그의 구독자를 지칭하는 이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물론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전여자친구와의 폭력 논란, 워마드, 방송사에 의한 의도적 왜곡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유튜브는 구독자 수백만의 대형 유튜버라도 한 순간의 논란으로 순식간에 매장당하는 곳이다. 그러나 보겸은 오랜 시간 꾸준하게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팬들은 그에게 유튜브의 황제라는 뜻으로 '보황(보겸+황제)'이라 부른다.

 

 

보겸의 구독자 대부분은 젊은 남학생이다.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보겸은 그의 구독자를 가족을 뜻하는 일본어인 '가조쿠'라고 부른다. 보겸의 성공에는 가조쿠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보겸 스스로도 이를 강조한다. 그는 타 유튜버보다 훨씬 직접적인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단단한 내집단을 형성했다. 또한 그가 생산하는 컨텐츠는 모두 구독자가 편하게 즐길만한 주제다. 독특한 콘텐츠는 없지만 그만큼 대중적이다.

 

02. 보겸의 타임라인

 

1) 종합 게임 BJ(~2016.12)

 

보겸의 콘텐츠를 분석하기 위해 2016.06부터 현재까지 모든 동영상 목록을 크롤링했다. 그는 4년간 2997개라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유튜브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인 2014년부터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당시 보겸은 아프리카TV에서 2014년부터 매년 대상을 받고 있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방송을 시작한 그는 게임의 수명을 생각해야만 했다. 주력 게임이 인기가 떨어지면 방송의 인기도 떨어진다. 그는 이때부터 인기가 없더라도 여러 게임을 시도하며 콘텐츠의 폭을 넓혀갔다.

 

유튜브를 위한 컨텐츠로서 그가 처음 시도한 것은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분석이다. 그는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자처했다. 콘텐츠 내용은 엉성하고 전문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른 게임 영상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의 영상을 시청하는 구독자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2) 초보 유튜버(2017.01~2017.10)

 

 

출처 : 보겸BK

 

2017년부터 보겸은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뛰어든다. 원래 아프리카TV 방송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아이돌 틴탑의 니엘이 방송에 출연하여 인기 게임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영상이 대박을 친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300만을 넘겼다. 이후 치킨 먹방과 미슐랭 체험기인 보슐랭, 애니메이션 피규어 리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영향을 받은 BB탄총 언박싱 등 유튜브를 위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의 영상은 히트를 쳤고 구독자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3) 가조쿠의 보겸(2017.10~

 

인기를 얻은 보겸은 구독자와의 소통을 컨텐츠로 삼는다. 아프리카TV 방송으로 팬과의 소통이 익숙한 그였다. 참여를 통해 선물을 나눠주는 구독자 이벤트나 시청자에게서 착불택배를 받아 언박싱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보이루', '미르스띤' 등 여러 유행어가 탄생하여 가조쿠의 연대를 키웠다. 10대 청소년이 대부분을 이루는 가조쿠는 보겸을 형이라 부르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진하여 보겸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많게는 만 명이상 구독자가 늘어났다. 2017년 12월에는 10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하고 4개월 만인 2018년 04월에 200만을 달성한다.

 

 

그는 상승세를 타고 게임 BJ가 아닌 유튜버로서의 면모를 확장한다. 연예인을 만나고 고려대에서 크리에이터로서 강의도 한다. 독특하진 않아도 기존의 컨텐츠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여 재탄생시킨다. 그는 10, 20대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빠른 전개와 각종 밈과 유행어로 버무려진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세대의 감성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은 보겸의 콘텐츠를 즐기기 힘들었다.

 

급상승한 인기에 따라 논란도 일어났다. 지상파 뉴스에서 그를 초등학생까지 오염시키는 유튜버로 묘사됐다. 또한 워마드를 중심으로 급진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그를 공격했다. 사건의 시작은 보겸의 전 여자친구와의 사건이었다. 폭행 및 차용 문제가 있었고 보겸은 잘못을 인정하는 영상을 올리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 문제는 당시의 큰 이슈였고 보겸의 팬이라고 밝힌 연예인은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보겸과 하이루를 합친 '보이루'는 여성 성기를 지칭하는 비속어라며 비난했다. 보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보겸은 악의적인 왜곡에 강력하게 대응했다. 

 

출처 : 보겸BK

 

 

구독자 200만 명을 넘긴 보겸은 입지를 굳힌다. 기존의 컨텐츠를 유지한 채로 유튜브 성공 공식인 '어그로'를 열심히 끈다. 일명 여캠으로 불리는 여성 BJ를 콘텐츠에 끌어들인다. 적정선을 유지하며 궁금증을 자아내는 섬네일과 제목으로 안정적인 조회수를 확보한다. 펑티모-슈기-엘린-수정으로 이어진다. 이 중 슈기와 엘린은 보겸과 관련 없는 각각의 논란으로 보겸과 멀어진다. 보겸은 논란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이들의 현황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중간에 보겸은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대구로 이사를 한다. 대구의 달성구 시골집을 얻어 생활하는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는다.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시골의 삶을 보여준다. 마을회관의 주민들과도 소통하는 모습을 담는다. 조회수의 하락이 걱정되었지만 반응은 오히려 좋았다. 큰 자극 없는 소소한 유튜버의 일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성세대 구독자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03. 보겸의 성공: 가조쿠와의 신뢰

 

보겸의 성공은 가조쿠에 있다. 그가 가조쿠와 맺는 관계는 독특하다. 가조쿠는 보겸을 동네 형 정도로 대한다. 이들에게 보겸은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이다. 보겸은 실제로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잘난 척하지 않는 어벙한 모습은 보겸에게 인간미를 더한다. 보겸은 게임을 기갈나게 잘하지도,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다. 각자의 능력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보겸만큼 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사람은 적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가조쿠 덕분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 가조쿠는 그의 성공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보겸이 가조쿠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된 첫 번째 이유는 그가 공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보겸은 가조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채널에 반영한다. 보겸은 트렌드세터가 아니다. 그는 유행에 그렇게 민첩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에 현재 트렌드를 쉽게 소화하여 자신의 색을 입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자신의 구독자층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두 번째는 성실성이다. 그는 지난 4년간 약 3000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제대로 된 구색을 갖추기 이전에도 그는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꾸준함을 중요시해왔다. 대중의 눈에 계속해서 자신을 비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에도 매일 하나는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엄청난 생산력을 보여준다. 보겸은 실제로 자신의 집을 스튜디오로 쓰고 있다. 그의 영상 중 절반은 집에서 촬영된 것이다. 유튜버라는 특성상 자신을 매일 드러내기 위해서는 개인적 삶과 공적인 삶이 거의 구분 없이 드러난다. 어떤 콘텐츠가 됐건 매일 그의 얼굴을 보며 시청자는 그를 더 친숙하게 느낀다.

 

04. 보겸의 한계

 

컨텐츠가 아닌 팬덤에 강점을 둔 채널은 시청자에 의해 흔들리기 쉽다. 그의 성공 요인인 가조쿠가 오히려 그를 붙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먼저 보겸이란 캐릭터와 채널이 단조로워진다. 영상을 클릭하는 시청자는 컨텐츠가 아니라 보겸이 궁금한 이유가 크다. 이미 정형화된 기대를 갖고 있기에 이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기 힘들다.

 

최근 그의 영상은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게임이 바뀌고 등장하는 여성 BJ가 달라져도 플롯은 동일하다. 보겸에 대한 가조쿠의 기대가 오히려 보겸에게 크리에이터로서 제한을 만든다

 

두 번째로 엄격한 사회적 기준이다. 보겸의 채널은 구독자가 늘어나며 기존의 10-20대 남성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나 여성 구독자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다양한 집단의 가치를 고려해야만 한다. 이를 간과할 시에 소위 '불편'해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가조쿠가 보겸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 이상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익명 공간은 타인의 흠집을 비판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보겸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기준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크리에이터로서 또 다른 족쇄다.


 

현 상황으로 보면 보겸의 미래는 밝다. 구독자수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조회수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보겸이 캐릭터를 지속할 힘이 떨어지고 지치면 채널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보겸의 채널은 콘텐츠보다 보겸과 가조쿠라는 원동력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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