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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성제준

01. 가짜뉴스는 재밌다.

'우파코인', 정치적 보수 컨텐츠를 생산하여 빠르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비꼬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걸고 자극적인 제목의 썸네일을 건다. 시국을 말하며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펼친다. 인지도가 없는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이 우후죽순 늘어난다.


이러한 형식과 컨텐츠를 가진 유튜브 정치 채널이 늘어나고 구독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엔 언론사가 운영하는 채널이 유튜브에서 정치 분야의 주류였다. 지금은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의 형식을 띠나 언론의 책임이 없는 개인이기에 과감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들이 풀어내는 정치 이야기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정말 재밌다. 우선 굉장히 똑똑하다. 유튜브 채널 '지식의 칼'이나 '성제준TV' 같은 경우에는 경제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한다. 차분한 톤과 유려한 언변은 시청자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는 매력을 갖고 있다. 주장을 펼침에 있어 단호하고 확신에 차있다. 힘있는 목소리로 설득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정량적 증거도 같이 제시하니 시청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윾튜브', '윤서인'과 같은 독특한 분류도 있다. 정신나간 언행을 일삼아 유튜브에서 퇴출을 당하거나 제한을 받는 채널이다. 대신 훨씬 더 대중적이고, 자극적이다. 페미니즘이나 세월호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도 주저함이 없다. 영상을 보며 시청자는 통쾌함을 느낀다. 


출처: 지식의 칼


이들이 주는 쾌감의 바탕에는 '내가 옳다'는 확신이 있다. 유튜브는 재미를 위해 찾는 플랫폼이다. 이들이 정치와 언론의 테마를 입고 있다해도 본질적으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채널이다.


그러나 정치 유튜버가 주는 즐거움은 꺼름칙한 부분이 있다. 먹방이나 게임과 같이 원초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지식의 확장에서 오는 즐거움도 아니다. 정치 유튜버가 갖는 공통적인 컨텐츠는 모두 다른 사람을 까는 영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든, 좌/우파 유튜버든, 방송인이든 간에 항상 누군가를 비판(비난?)한다. 그리고 결론은 누구나 예상하다시피 '내가 옳다.'


02. 유튜브와 확증편향성

확증편향성은 자신이 고수하는 의견과 신념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경향이다.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믿음에 대한 과신을 초래한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하기 힘든 인지 경향이다. 개인적인 동기나 성향에 이러한 경향성이 커지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사건에 대해 감정이 앞설 때, 그리고 뿌리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이다. 자신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즐겁다.

확증편향성


협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외부 조건에서 확증편향성은 심화된다. 현실에서 사람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마주할 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선 협력의 태도를 취한다.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나 자신의 의견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유튜브는 확증편향성이 심화되기 쉬운 플랫폼이다. 가상공간에서는 협력을 위한 노력이 거의 불필요하다. 자신이 선택한 유튜버의 영상에는 대부분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시청자들이 있다. 반대의견은 묵살된다. 굳이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러한 경향에 불을 지핀다. 좌파 채널의 영상을 하나 봤으니 우파 채널을 시청하여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추천하지 않는다. 그저 시청자가 1초라도 더 유튜브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따라서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를 계속 띄워준다. '윾튜브'를 보면 '윤서인', '팩맨', '성제준'이 줄줄이 따라나와 '대깨문'을 외친다. 시청자는 입맛에 따라 좋아하는 목소리를 선택하면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정치 영상 추천 시스템을 랜덤 워크로 실험한 논문1에서 이러한 확증평향성을 증명한다.


03. 가짜뉴스가 재밌는 이유

자극적인 컨텐츠를 생산하는 정치 유튜버는 시청자에게 >'네가 옳다'는 쾌감을 판다. 유튜브는 즐거움을 사고 파는 곳이다. 정치 유튜버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는 확증편향성을 자극하여 '네가 옳다'를 판매한다. 그것도 아주 싼 값에. 본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아주 높은 비용이 드는 일이기에 값진 즐거움이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내가 옳다'는 즐거움을 클릭 하나만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가 재밌는 이유


'너는 틀리다'의 쾌감도 '내가 옳다'에 지지 않는다. 성제준TV에서 칸트 이론과 현대 자본주의와의 연결점을 말하면 좌파 유튜버인 헬마우스에서 이에 대해 열심히 반박한다. 그럼 성제준TV는 '헬마우스님 도망가지 마세요'라는 영상에서 원하는 내용만을 편집하여 이야기한다. 이미 정치적 담론은 멀어진지 오래다. 이보다도 재밌는 티키타카가 없다. '너는 틀리다'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가 옳다'는 더 확실해진다. 명제의 역이 성립하지 않음이 명제가 성립하는 증명이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너는 틀리고 나는 옳다'의 쾌감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생상하는 유튜버도 중독시킨다. 편집(editing)은 유튜버에게 굉장한 권력을 쥐어준다. 편집 후에 마주하는 자신은 정연한 논리와 확신에 찬 눈을 갖고 있다. 마치 프로파간다의 포스터와 같다. 시청자는 이를 보며 감탄하고 자신의 능력을 치켜세운다. 구독자가 늘어나며 팬덤이 생긴다. 어느새 생산자도 자기확증의 쾌감에 중독되어 남는 건 편집(paranoia)된 자신의 모습 뿐이다.

이렇게 유튜브에서 성행하는 편집증적 쾌락은 허무하다. 유튜브의 스크린을 내린 후에는 존재하지 않는 적에게 승리한 영광이 남는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이겼다. 누구에게? 무엇을?

04. 더 큰 즐거움을 위하여

'내가 옳다'와 '너는 틀렸다'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로 얼굴을 붉혀가며 다툰다. 홀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너무 심했나'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곱씹는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던 말들이 있었다. 이에 반박하기 위해 다음에는 어떤 논리를 세워야지 고민한다. 이 때  느끼는 즐거움이 '네 생각은 뭔데'다.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즐겁기 위하여


'네 생각은 뭔데'가 즐거운 첫 번째 이유는 다양성이다.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즐거움의 맛이 자극적이지만 하나 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먹다보면 분명 질린다. 아니면 더 강한 자극을 바라야한다. 하지만 유튜브는 즐거움의 보고다. 앎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소스가 넘쳐난다. 굳이 한 가지 맛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원하는대로 선택하고 고를 자유가 우리에게 있다. 익숙한 맛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경험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되는 이유만 생각했다면 그가 왜 당선될 수 있었는지를 고민해봐도 좋겠다.


두 번째는 지속성이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한다. 떠서 먹여주는 데로 받아 먹는 것은 편하고 좋지만 금방 질린다. 가짜뉴스 채널을 지속적으로 보는 시청자라면 어느 순간 놀음이 지겨워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의심해가며 자신의 논리를 발전시키는 일은 귀찮다. 그러나 그만큼 스크린 밖에서도 더 오래 즐거움이 지속된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즐겁기 위해서는 작은 즐거움을 자제할 줄 알아야한다.


*포스트에 대한 의견이나 비판은 큰 힘이 됩니다. 편하게 댓글 부탁드려요.


*저는 성격적으로 우파, 정치적으로 좌파입니다. 이 글에서 한 쪽의 단점을 말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이 글을 개똥으로 읽었기 때문이지!!! 


1) The homogeneity of right-wing populist and radical content in YouTube recommendations, SMSociety ’20, July 22–24, 2020, Toronto, ON,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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