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01. 무엇이든 시작부터
유튜버 이연은 그림 그리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우선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녀의 조언은 가볍지 않고 따뜻하다. 그녀도 그림 앞에서 절망과 두려움을 느꼈기에 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다정한 말투와 현실적인 조언으로 시청자를 독려한다. 우선 그려보라고, 선을 긋기 시작하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그녀가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두려움의 속성에 있다. 두려움은 머리에 있다. 다만 내 머릿속에서 구르고 불어나 커다란 공이 됐다. 두려움은 불안을 먹고 자라나 과거의 온갖 트라우마에서 겪은 감정을 끄집어낸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정이 쏟아져 하기 힘들게 만든다. 반면에 시작은 손에 있다. 손에는 두려움이 없다. 손이 가는 대로 두면 두려움은 자라지 못한다.
이연은 손으로부터 시작하는 작고 가벼운 그림에 대해 말한다. 그녀의 가이드에 따라 흰 종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선을 긋는다. 어렸을 때는 당연했던 그림의 즐거움이 되살아난다. 드로잉의 어원은 dragen으로 '움직임을 끌어 내다'는 뜻이다. 시작은 그리기가 아니라 움직이기다.
02.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1)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불안은 감정이다. 감정은 원인과 결과를 따르지 않는다. 불안과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실패가 아니다. 종이 앞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림을 망칠까봐' 혹은 '무엇을 그려야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느끼는 막연한 감정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다. 실체가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
작고 가벼운 시작은 두려움에 대한 해답이다. 불안을 그 자리에 두고 그냥 선을 긋는다. 억지로 불안을 이기려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은 선이 좋은 드로잉으로 이어진다. 선을 긋다보면 불안이 어느 새 뒤켠으로 물러난다.
겁이 날 때가 그림을 그려야 할 가장 좋은 때라고 이연은 말한다. 우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느낀 감정이 그림에 대한 불안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도화지가 무서운 게 아님을 알게되면 더이상 그림이 두렵지 않다. 불안을 들여다보면 실체가 없기에 사라진다.
2) 그림을 그려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이유가 있고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행동에 정확한 동기를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우선 해 봐야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이유를 깨닫고 나면 행동에 확신이 생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려야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냥 그림 잘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이유가 뭐가 됐건 연필을 들었다. 이제 선을 긋고 그림을 완성해보자. 당신이 몰랐던 드로잉에 대한 욕망의 이유가 드러날 것이다.
3) 그림을 잘 그리게 된다.
작고 가벼운 시작은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우선 그려봐야 나의 부족한 점을 알고 고칠 수 있다. 시작하지도 않고 계획만 세우면 그림은 절대 늘지 않는다. 좋은 드로잉을 위해서는 좋은 선을 써야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선을 쓰는지도 모르면 좋은 선을 알 수 없다. 유튜브만 봐서는 내 손에서 나오는 선을 볼 수 없다.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그림 계획을 짜는 것과 실제로 그려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 그려보면 더 많은 문제와 그리고 더 많은 가능성이 보인다.
03. 그림을 시작하는 방법
1) 작게 시작하기
작게 시작하기의 핵심은 즐기기다. 즐기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부담감이 없어야 한다. 너무 큰 목표를 잡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친다. 처음은 편하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으로 시작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 종이의 커다란 자유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연은 우선 긋고 시작하기와 뒷장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아무 선이나 긋고 시작하면 흰 종이가 부담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공간으로 바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강제적으로 제어하는 장치다. 뒷장부터 시작하기도 마찬가지다. 불안이 큰 사람에게 시작이란 단어조차 부담이다. 첫장이 아니라 가운데나 마지막장부터 시작해보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최적의 장소와 시기다. 햇살 좋은 날에 편안한 클래식이 흘러나올 때는 최고의 상황이다. 문제는 그런 상황은 치이고 지치는 일상에서 거의 없다는 거다. 최적의 시기와 장소는 '지금, 여기'다. 완벽하게 시작하려 하지 말고 현재의 내 상황에서 그림 그리기를 즐기면 된다.
그림일기는 그림에 흥미를 붙이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림일기는 하루에 딱 한 장, 그리고 그리고 싶은 만큼만 그린다. 부담이 없으면 매일매일 꾸준히 그릴 수 있다. 이는 습관으로 이어진다. 잘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하기 위해서 그리기에 기대치가 낮다. 그림일기를 그리기 위해서는 아이패드가 꼭 있어야한다. 영상을 보며 참고하도록 하자. 이연 그림일기 인스타그램
2) 끝까지 그리기
야심차게 빌리 아일리시를 그린다. 당연하게도 입을 그릴 때쯤 망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서보니 빌리 아일리시가 많이 아파보인다. 연필로 죽 그어버리고 싶다. 내 손은 왜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망스럽다. 기초도 기본도 없는 상황에서 그림 그리려니 심란하다.
좋은 시작을 위해 이연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끝까지 완성하라고 말한다. 완전히 형태가 일그러진 그림이더라도 우선 완성을 하면 떠나보낼 수 있다. 중간에 그만두면 자책만 더 심해진다. 어차피 남에게 보여줄 그림도 아니다. 못난 그림은 고이 접어 어딘가에 넣어놓고 다음 그림을 시작하면 된다.
못난 그림을 계속 쌓아가다보면 실패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그림을 중간에 내려놓으면 못난 그림 실력과 자책만 남는다. 완성작은 적어도 실패의 경험이 쌓인다. 못난 그림에 익숙해지면 그림 그리기를 자체를 즐길 수 있다.
3) 학원은 나중에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학원을 가면 안된다. 기본기와 기초는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동기 없이 기술과 스킬만 늘면 그림을 즐길 수 없다. 결국 그만둔다.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었어도 지금은 로그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유다.
혼자서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난다. 이 때 이연의 유튜브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그림을 참고하면서, 또는 용기가 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자신만의 시도를 해본다. 그러면 뭐가 잘못됐는지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때 수업을 듣는다면 훨씬 효율이 좋다. 그림 그리기는 배우지 말고 시작부터 하자.
*아이패드 그림 어플 추천 : 오토데스크 스케치북(Autodesk SketchBook)
프로크리에이트는 12,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 어플이다. 반면에 AutoDesk SketchBook은 무료 어플이다. 포토샵이나 프로크리에이트만큼 세밀한 설정이나 그래픽면에서 조금 부족하다. 그러나 간편한 설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간단한 UI로 접근성이 높다. 레이어, 구도 등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유료 그림 어플을 구매 전에 오토데스크 스케치북을 써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04. 그림 배우러 왔다가 인생 배우고 가는 채널
작고 가벼운 시작은 불안과 두려움을 애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다. 세상은 충분히 무겁고 어렵다. 성과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두렵다. 굳이 나까지 합세하여 내게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
이럴 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고리타분한 말을 따라야 한다. 멀리 보지 말고 한 발짝 앞만을 쳐다보며 나아간다. 우선 시작하면 발걸음에 관성이 붙는다. 어디로 갈 지는 나중에 정해도 괜찮다. 멈춰있을 때보다 훨씬 자유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작만 하면 당신은 어디든 걸어갈 수 있다.
이연의 영상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삶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그의 채널을 찾는 사람도 많다.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대한 조언에서 그녀의 섬세함이 빛난다. 억지로 위로하지도 질타하지도 않고 쉽게 시도해볼만한 여러 방법을 제시한다. 내 경우는 글이 막혀 잘 안나올 때 그녀의 영상을 듣는다. 그녀가 자신의 그림을 발전시키기 위해 시도한 방법을 보면서 나도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포스트에 대한 의견이나 비판은 큰 힘이 됩니다. 편하게 댓글 부탁드려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조쿠의 힘으로 400만 구독자를 만들다 - 유튜버 보겸 (0) | 2020.04.11 |
---|---|
포르노와 자위 중독 - 유튜버 유읽남 (2) | 2020.04.05 |
유튜브 가짜뉴스와 확증편향성 - 유튜버 성제준 (3) | 2020.04.02 |
검색엔진과 객체지향 블로그 글쓰기 (0) | 2020.03.30 |
MBTI] ENFJ, ENTJ, ENTP, ISTJ 가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0) | 2020.03.28 |
- Total
- Today
- Yesterday
- nltk
- css
- NLP
- 블로그
- 리뷰
- Crawling
- 런업
- 유튜브
- 스페인
- 분석
- 코로나
- scrapy
- DATABASE
- HTML
- Selenium
- coding
- 저널
- error
- 마드리드
- 항공
- 이슈
- flask
- 유럽
- 오류
- 글쓰기
- BeautifulSoup
- 유튜버
- python
- 일기
- 파이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