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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창의성을 어떻게 정의하는 지에서 막힘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_파블로 피카소

브이로거 유튜버 런업이 카피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런업은 LXXXV 브랜드를 론칭하고 스웻 셔츠와 후드, 팬츠를 제작하여 판매했다. 곧 제품이 나이키와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라인의 카피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런업은 카피를 인정하고 전량 환불을 약속했다. 런업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케이시 나이스텟은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진 브이로그 유튜버다. 런업의 영상에서 케이시 나이스텟의 흔적은 쉽게 발견된다. 그러나 런업은 케이시의 스타일에 자신만의 것을 더했다는 평을 받는다.

 

모방은 새로운 창조의 영감이 된다. 모방은 타인의 아이디어를 복사한 카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모방으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시작한다. 어느 누구도 모방에서 자유롭지 않다. 혁신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Xerox는 마우스로 컴퓨터를 컨트롤할 수 있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개발했다. 스티브 잡스는 Xerox가 뒷전으로 밀어놓은 보석의 가치를 알아봤다. 그는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GUI를 매킨토시에 적용했다. 잡스는 이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취한다. "우리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단 한 번도 부끄러워 한 적이 없습니다."1

 

apple logo

 

모방으로부터 시작된 창조와 카피를 나누는 선은 무엇일까. 런업이 만든 옷은 카피지만 그의 영상은 창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글의 목적은 무엇이 표절이냐 아니냐의 편협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런업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유보한다. 런업의 카피 논란을 두고 그의 출신에 대한 의혹과 루머를 생산하고 사소한 행동에까지 비난을 가하는 일은 악플러의 전문분야다. 어려운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게 좋다.

 

대신 무엇이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향한다. 모방이 어떻게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할 수 있는가. 가짜가 진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창조하는 천재와 모방하는 일반인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런업이 왜 옷 제작에서는 카피 동대문 옷팔이고, 왜 유튜버로서는 세련된 스타일의 브이로거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런업 후드 논란 정리

네이버 카페 ‘디젤 매니아’에 런업의 제품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의혹에 따르면 런업의 옷은 나이키와 피어오브갓의 콜라보 라인인 에센셜을 카피한 제품이다. 두 제품은 옷뿐만 아니라 패키징도 상당 부분 동일하다. 그는 이에 대한 런업의 해명을 요구했다.

 

런업 이센셜 카피
좌) 런업 후드 우) 나이키 이센셜

 

패션계에서 디자인을 따와 다시 제작하는 행위는 만연한 편이다. 카피는 법적으로 분명 잘못됐지만 처벌도 어려울뿐더러 그 수위도 약하다. 패션 분야의 트렌드는 매우 빠르게 변하고 디자인에 대한 카피 증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런업이 한 영상에서 소개한 아일랜드 슬리퍼는 이미 카피 제품이 넘쳐난다. 하지만 어느 브랜드도 레퍼런스하지 않는다. 의류계에 종사하는 유튜브 에센스룸은 옷 제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런업이 카피에 있어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고 말한다. 에센스룸의 말과 패션 분야의 관행에 따르면 디자이너도 아닌 유튜버에게 카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다.

 

아일랜드 슬리퍼 짭

 

그러나 런업이 피오갓 에센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카피 제품을 판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런업은 논란에 대한 사과 영상을 올렸다.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구독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잘못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실망했다’, ‘아쉽다’, ‘왜 그랬냐’와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런업은 제품을 소개하며 자신의 철학을 녹여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말한 런업에 대해 구독자는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여지껏 보여줬던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런업은 왜 카피를 했을까

왜 런업은 카피를 했을까?

 

정말 사람들을 속여 많은 돈을 벌고 싶었던 걸까. 이는 그다지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니다. 임블리, 치유 같은 인플루언서가 택갈이나 명품 카피로 사기치는 건 파워 블로거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이러한 인플루언서는 컨텐츠 없이 허황된 인기로 몸집을 불린다. 반면 런업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컨텐츠를 위해 개발해왔다. 런업의 투자와 노력으로 측정하면 순간의 돈보다 컨텐츠와 유튜브 채널 아이덴티티가 훨씬 무겁다.

 

런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무지로 인한 실수라고 말한다. 이 또한 변명이 될 수 없다. 런업은 이센셜 제품을 공장에 직접 갖다줬다. 이센셜 제품을 베이스로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만들려고 했다고 하지만 설계도도 없이 옷을 본으로 갖다준 것에는 모르고 카피했다는 설명이 들어맞지 않는다. 런업은 모든 것을 인지하면서 카피했다.

 

돈을 위해서도, 무지도 아니라면 도대체 런업은 왜 카피를 했을까. 런업은 1차로 사과 영상을 올렸었다. 시청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잘못에 대한 인정과 반성이 아니라 변명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런업은 1차 영상은 내리고 지금 남아있는 2차 사과 영상을 올렸다. 카피를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뭘 잘못했냐가 아니라 '왜' 잘못했냐다. 1차 사과 영상에는 런업이 왜 카피를 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단어들이 남아있다. 전문을 적어 그의 단어를 분석해봤다.

 


 

제 진심이 굉장히 잘못 전달됐고 그에 대한 책임도 온당하게 다 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런업은 사실 전달에 앞서 논란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적으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다. 이는 잘못을 뉘우친다는 말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는 당연히 자신이 해결한다는 태도다. 어찌됐든 런업은 굉장히 억울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엇이 억울할까?

 

저는 옷을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옷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패션 분야로 채널의 전문화를 꾀한 것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제가 입고 싶은 옷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잘못에 대한 인정 후에 그는 자신의 의도를 설명한다. 자신은 순수하게 패션을 좋아하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좋아한다’는 단어를 강조한다. 순수하게 옷을 좋아하는 그는 좋은 제품을 만나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제품은 아니었다. 따라서 제작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자신의 의도가 순수했음을 강조한다.

 

런업은 이어 제작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는 지식의 부족, 눈대중 수정, 등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옷 제작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전달한다. 깔끔한 봉제선을 위해 공장에 박음질을 허술하게 해달라는 전달, 더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한 원단 제작, 무너지지 않는 핏을 위한 양감 등 런업은 제품을 위해 실제로 많은 노력을 들였다. 런업은 이런 의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결과 때문에 많이 억울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처음부터 이센셜을 똑같이 카피해서 택갈이를 하려고 했다는 많은 분들의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패턴이 유사하게 나온건 저의 책임입니다.

여기가 포인트다. 결과적으로 패턴이 유사하게 나온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말에서 런업이 모방과 카피, 창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런업에게 모방은 창조로 가는 방법일 뿐이다. 자신은 원래 하던데로 모방으로부터 시작해서 창조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옷 제작은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좋은 모방-창조를 하지 못했다. 그게 자신의 책임이다. 런업은 사람들을 속여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또 무지로 인한 실수도 아닌, 명백한 의도를 갖고 이센셜을 카피했다. 자신만의 제품을 창조하기 위해서.

 


그의 단어로 보아 런업은 정말로 이센셜 제품을 바탕으로 자신이 입고싶은 옷을 만들려고 했다. 런업은 ‘카피를 했냐, 안했느냐’의 질문에 YES로 당당하게 말하지만, 구독자가 실망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왜 카피를 했냐’에 대한 대답으로는 ‘능력이 부족’해서 라고 답한다. 런업의 두 번째 실수다. 이런 뻔뻔한 태도에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고 기다렸던 구독자들까지 등을 돌렸다.

조금 멍청하다.

카피에 대한 런업의 이해하기 힘든 인식은 브랜드 이름이자 아이덴티티인 런업85에도 드러난다. 85는 애매한 숫자다. 100은 과하고 60은 모자라다. 85라는 점수는 기본이 되는 점수인 80, 즉 세상이 허용하는 점수인 80점과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5점을 더한 점수다. 이는 런업이 추구하는 모방의 방향과 같다. 80을 따르되 마지막 5를 다르게.

 

런업과 케이시 나이스텟

런업의 모방에 대한 당연한 태도는 그의 영상에서도 드러난다. 브이로거의 대명사 케이시 나이스텟의 흔적이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케이시 나이스텟은 2011년 유튜브를 시작했다. 당시 브이로그는 유튜버가 1인칭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기록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케이시는 브이로그에 문제제기-본론-문제해결의 포맷을 시도했다. 일상을 쪼개어 포맷에 맞춰 재구성했다. 전개가 명확하기 때문에 영상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영상 제작자인 그는 다양한 시네마토그래피를 유튜브 영상에 적용했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은 영상에 박진감을 더했다. 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복잡한 뉴욕의 거리를 헤집는다. 휙휙 지나가는 배경은 이야기의 빠른 전개를 만든다.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웅크려 앉아 말하는 독특한 앵글을 사용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정면에 두고 서서 이야기하는 앵글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카메라와의 매우 가까운 거리는 시청자가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출처: 케이시 나이스텟 유튜브



케이시 나이스텟은 총 조회수 26억이 넘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의 스타일은 하나의 유행이 됐다. 수많은 브이로거가 그의 포맷을 따랐다. 아예 그의 스타일 그대로 따라하는 카피캣도 나타났다. 이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카메라에 매우 가까이 이야기하며 lofi 뮤직을 BGM으로 사용한다.

 

맞다. 런업도 그의 카피캣 중 하나다. 타임랩스를 이용한 트랜지션, 공방 형식의 스튜디오, 세로로 긴 형태의 깊이감을 줄 수 있는 스튜디오 형태, 바닥 앵글에서 올려다 찍는 컷과 음악의 페이드인과 아웃도 케이시의 영상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런업은 케이시의 스타일에 자신의 세계관을 적용해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었다. 헤어 디자이너 영환, 포토그래퍼 랙강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한 스토리로 채널을 채워나갔다. 런업의 선곡에 대한 감각은 매우 뛰어나다. Lofi에만 머물지 않고, 재즈, 힙합, 클래식 등 다양한 소스를 탐색하여 런업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관심분야인 패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다룬다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런업 _ 자신만의 매력을 찾는 법

런업은 케이시의 시네마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해 오리지널한 브이로그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나이키 이센셜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수정하여 LXXXV을 만들었다. 전자는 창조고 후자는 카피다. 결과물이 다를 뿐 런업이 시도한 방법은 똑같다. 모방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80점에 5점을 더해 전혀 다른 85점을 만들기.

 

같은 모방에서 시작된 두 시도가 하나는 창조로 다른 하나는 카피다. 출처를 언급했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빈약한 설명이다. 런업은 케이시 나이스텟을 언급했지만 영상에서 명확한 출처를 한 적이 없다. 또 만약 런업이 이센셜을 언급하며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카피가 아니게 되는건가. 런업의 사례뿐만 아니라 현대에 모방과 창조, 그리고 카피의 복잡한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모방의 역사

오리지널을 위해서는 내면을 들여봐야 한다. 어떤 동기가 나를 추동하는 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 고뇌가 필요하다.

케이시 나이스텟은 카피캣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으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남들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그만큼 크리에이티브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오리지널에 대해 말하는 케이시도 카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런업의 뒤에 케이시라는 이름이 따르듯 케이시에게는 톰 삭스Tom Sachs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아티스트 톰 삭스는 케이시 영상 커리어의 출발점이다. 런업이 케이시의 스타일을 따라했고 케이시가 톰 삭스를 따라했고 톰 삭스는 또 다른 누구를 따라했다면...? 케이시가 말하는 창조는 어디있는 것일까.

 

톰 삭스

톰 삭스는 아티스트의 아티스트라 불린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오프-화이트의 CEO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보그Vogue의 편집장 에드워드 에닌풀 Edward Enninful 등 패션, 힙합, 예술계의 많은 아티스트가 삭스에게서 영감을 받고자 그를 찾는다. 특히 나이키와 콜라보하여 제작한 마스야드 슈 스페이스 캠프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1,000만원이라는 리셀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톰 삭스의 작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수공예(Handicraft)다. 그는 예술과 노동(labor)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용접, 목공 등 온갖 공구가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그는 정해진 시간에 노동을 하듯 작품을 만든다. 톰 삭스의 공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방일이나 공업 등 손으로 하는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할 정도다. 공업하는 손으로 만든 예술은 일상적인 소재를 특별하게 만든다. 손으로 만든, 포장하지 않는, 투박하며 고집 있는 톰 삭스의 작품은 젊은 층, 특히 패션계에게서 많은 호응을 얻는다. 일(work)에서 의미를 찾고 이를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지금 세대가 생각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노동-예술의 경계에 있는 만큼 톰 삭스는 원칙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10 Bullets는 공방에서 지켜야 할 수칙이다. 톰 삭스에게 공방은 예술을 위한 것이던 노동을 위한 것이던(그는 노동과 예술의 경계를 지우려고 하기에) 안전과 생산성을 위한 규칙이 필요한 공간이다.

 


    1. 규칙을 준수하라: 창의성은 적이다.
    2. 공간을 존중하라
    3. 시간을 맞춰라
    4. 완전함이 중요하다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실수를 만들고 상황을 난잡하게 한다. 더 나쁜 점은 다른 사람들까지도 규칙을 경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작업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작업 준비, 두 번째는 작업을 완료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이 세 단계는 스튜디오의 엄격한 기준 아래서 수행되어야 한다.

  1. "네 이해합니다"
  2. 전송이 수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3. 목록를 만들어라
  4. 항상 정리하라
  5. 실수 항목에는 벌금
  6. 지속해라

톰 삭스는 공사 현장에서나 볼 법한 엄격한 규율을 제시한다. 절차와 순서에 대한 집착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이 지금의 톰 삭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4번: 완전함이 중요하다(Thoroughness Counts)은 스튜디오에서 하나의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말한다. 작업의 준비, 착수, 마무리까지가 하나의 프로세스로서 규칙 아래서 진행된다.

 

톰 삭스 _ 4번: 완전함이 중요하다

케이시 나이스텟

케이시 나이스텟는 그의 형제 반 나이스텟(Van Neistat)과 함께 약 4년간 톰 삭스의 밑에서 일했다. 공방을 방불케하는 갖가지 공구들, 화면의 깊이감을 주는 스튜디오의 긴 구조, 직접 손으로 만든 스케치, 매뉴얼을 인트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등 톰 삭스의 영향을 그의 여러 영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케이시의 아이덴티티는 스케이트보드다. 톰 삭스는 노동에 뿌리를 둔 대중을 향하는 예술을 한다. 케이시는 더 나아가 예술의 포맷을 대중적인 소재에 입힌다. "예술가"들이 폄하하는 유튜브에서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기법으로 성공을 거둔다. 톰 삭스가 스케이트보드를 예술의 소재로 사용한다면 케이시는 스케이드보드를 직접 타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든다.

 

스케이트보드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과 준수가 아니다. 보더의 모토는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다. 케이시는 언제나 공방으로 돌아가지만 그의 영상은 뉴욕을 무대로 한다. 역동적인 거리와 그 안의 활기찬 사람들을 담는다. 완벽히 짜여진 스토리가 아니다. 우연은(때로는 그것이 불행일지라도) 케이시 영상의 중요한 소재다. 케이시는 Loser and closer에서 말한다.

 

무엇을 시작했다면 무조건 끝내야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창조의 적이다. 부족하더라도 작품을 끝내고 세상에 내놓는 것으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점차 완벽을 향해 나아간다.

톰 삭스의 완전함은 잘 조직된 공방에서 시작과 끝이 명확한 프로세스다. 반면 케이시는 막무가내로 시작하고 어떻게든 끝낸다. 케이시에게 중요한 것은 도전과 어쩌고... 추가 내용

 

케이시 _ Losers and Closers

런업

노동으로부터의 예술의 톰 삭스, 예술의 기법을 유튜브에 적용한 케이시,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런업까지 왔다. 런업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미 정의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런업. 런업은 노동과 예술, 대중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런업도 예술에서 먼 보통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구독자가 런업을 좋아하는 이유에서 카메라 구도, 편집 기술은 부차적인 요소다. 런업을 구독하는 이유는 그의 삶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기 때문이다. 성공한 학원강사에서 공황장애로 2년 간 침대를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고 숨겨진 창의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한다. 우러러볼 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고생하고 고민하고 그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거나 닮고 싶은 모습이다.

 

“솔직하지만 빈틈의 노출이 적고, 영특하나 자만심이 보이지 않으며, 시간에 좇기나 여유로운, 고민이 많으나 웃음도 많고, 영화 같기도 음악 같기도 한 당신의 인생을 구독합니다. _ J.H.SONG 님, 2년 전”

"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이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 런업

출처: 런업 유튜브



런업을 보며 많은 이들이 브이로거를 꿈꿨다. 유튜버가 대단한 것처럼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다. 핸드폰 카메라와 무료 편집 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튜브는 개발 단계부터 소수를 위한 비디오 플랫폼이 아닌 모두를 위한 비디오 커뮤니티를 꿈꿨다.2 유튜브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의 기능을 가져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톰 삭스의 완전성, 케이시의 불완전성과 같은 작품에 대한 철학은 런업에게 없다. 대신 어떻게 브이로그를 시작할 수 있는지는 런업이 말할 수 있다. 런업은 보고 따라하고 적용하여 배웠기 때문이다.

 

촬영의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합니다. 흐지부지하면 편집도 하기 싫어져요. 뭐라도 짧게 만들어봐야 그 다음 단계가 보입니다.

런업 _ 브이로그 하는 법

인공지능이 크리에이티브를 얻는 법

따라하기만 하는 인공지능이 창조력을 얻을 수 있느냐.

 

인공지능은 따라하는 걸로 창조력을 얻는다.

 

GAN설명 위조범과 경찰

 

CAN설명

 

In other words, the agent tries to generate art that is novel, but not too novel.’

 

훌륭한 예술가는 훔친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훌륭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은 -의 -로부터 따온 말이다.

 

 

 

 

 

런업은 배워서 상승한다는 뜻의 이름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처럼 런업은 좋은 것을 카피하여 배우고(learn)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내어 발전(up)해왔다. 구독자는 그가 유튜버로서 점차 발전하는 모습에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움(learn)이 없는 UP은 카피일 뿐이다. 런업은 ‘세계 최고의 스웻셔츠’가 아니라 조금 부족하더라도 ‘런업이 만든 옷’을 내놨어야 했다. 직접 동대문에서 나염, 원단 가게를 들락날락거리며 시간과 땀을 들여 배워야했다. 기존의 제품을 모티브로 한 것을 솔직하게 밝히며 시작했다 하더라도 구독자는 그를 응원했을 것이다. 런업은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85가 완성되가는 과정을 지켜봤을 것이다. 런업 85 후드의 인기는 제품의 완성도가 아니었다. 구독자는 후드에 담긴 런업의 열정과 삶을 사고 싶어했다.

 

 

 

 

 

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카피캣을 넘어서

런업은 다시 한 번 사과영상을 올렸다. ‘비슷한 옷이 나왔지만 카피하려고 한 건 아니다’라는 식의 말은 없었다. 오히려 카피에 대한 무지를 인정했다. 여전히 반응은 냉담하다. 많은 댓글이 고의적으로 사기치려고 카피한 것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미 ‘임블리’, ‘치유’ 등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카피 제품으로 소비자를 농락한 사건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런업의 단어를 봤을 때 구독자를 기만하기 위해 카피를 하지는 않았다. 이는 그의 단어 사용에 드러난다. 첫 번째 영상에서 ‘능력의 부족’을 말하며 카피의 결과만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반면 두 번째 영상에서 ‘무지’를 말하며 카피의 의도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일관성과 문제의 핵심을 짚어낸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가 런업의 말대로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됐을지도 또는 돈이 목적이었던 사기극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두 런업이다. 그가 자신의 잘못 앞에 솔직하게 서기를 바란다. 런업은 실수도 하고, 고민도 하며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이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2년 반이 되도록 구독자 5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꾸준히 채널의 정체성을 가꿔왔다. 런업 채널에서 보여준 그의 삶의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런업 김찬주에게도 런업 채널은 제 2의 삶이라고 할 정도로 의미가 크다.

 

유튜브는 편집과 영상으로 자신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부풀리고 만들어진 자신은 결국에는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반면 솔직한 태도는 유튜브를 유튜버와 구독자 사이를 연결하는 you-tube로 만든다. 삐까뻔쩍하고 후룽후룽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사람 런업을 기대한다. ‘보통’ 사람은 보통 카피와 모방으로 자신의 개성을 만드는 길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중함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런업 채널과 런업의 삶이 단지 카피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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