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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인기는 빠르게 솟았고 그만큼 급격하게 떨어졌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세계의 어느 대도시에서 모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어떻게 조명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문화 소비의 관점에서 어떤 의의를 지내는지 확인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01. 이태원의 꿈과 몰락
1) 이태원 프리덤
UV가 이태원 프리덤을 외치며 이태원은 전성기를 맞는다. 춤과 꿈과 음악과 사랑이 가득한 이태원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미군기지, 다문화, 게이 컬처 등 이태원의 풍부한 문화 토양은 특색 있는 가게를 길러냈다. 21세기의 청년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한다. 이 시기 이태원은 문화의 공급과 소비가 가장 활발한 장소였다.
강남 너무 사람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
다 알려주겠어 다 말해주겠어
새로운 세상 그곳을 말해봐
_ 이태원 프리덤, UV
2) 이태원 드림
‘이태원 드림’, 자본주의적 성공과 문화의 중심을 동시에 성취하는 꿈이다. 이태원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지역의 임대료와 권리금이 끝을 모르고 올랐다. 기존의 영세 사업자와 주민들은 월세를 이기지 못하고 도태됐다. 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꿈의 땅이었다. 이태원 드림은 경리단길, 해방촌으로 번졌다. 인스타그램의 유행은 이태원 드림을 부풀리고 부풀리고 부풀렸다.
3) 이태원의 몰락
결과적으로 이태원 드림은 실패했다. 이태원은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아니었다. 획일화된 메뉴의 음식점과 카페, 실속은 없고 치장과 인스타로 가득 찬 곳이 됐다. 이태원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용산 미군 기지는 2018년 6월 평택으로 이전한다. 지역은 급격한 쇠퇴를 겪는다. 소득수익률은 0.3p까지 떨어졌다. 홍석천이 열심히 나서보지만 이미 이태원은 주말에 클럽 가는 곳 정도일 뿐이다. 최근 이태원 클럽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잘잘못을 차치하더라도 이태원의 몰락에 방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02. 이태원 클라쓰 - 박새로이의 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꿈 많은 청년 박새로이의 이태원 도전기다. 드라마의 플롯은 복수극이지만 그가 이태원에서 겪는 시행착오는 이태원 드림을 잘 나타내고 있다.
1) 꿈만 큰 가게
박새로이는 레스토랑 운영 경험도, 주방 경험도 없지만 포부는 큰 청년이다. 그는 요식업계 1위 대기업 장가의 회장 장대익의 자서전을 모조리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장가를 꺾겠다는 꿈을 불태우며 이태원에 술집을 연다.
박새로이의 술집 ‘단밤’은 특색도 없고 맛도 없고 컨셉도 없고 홍보도 없는 그냥 꿈만 큰 가게다. ‘이 밤, 달달하게 단밤’이라는 네온사인은 그의 취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준다. 콘크리트 벽과 내부구조가 드러나는 인테리어는 당시 유행의 복제일 뿐이다. 이태원 붐 상황에서 높은 권리금에도 불구하고 유행을 따라 우후죽순 생긴 가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2) 인스타와 네이버 블로그로 만드는 가게
그는 요행으로 SNS 홍보의 귀재 조이서를 직원으로 들인다. 조이서는 인플루언서로서 능력을 이용하여 ‘단밤’을 홍보한다. 인스타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가게 홍보가 이루어지고 사람이 급격하게 몰린다. 그러나 주력 메뉴도 없는 맛없는 가게는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조이서는 이를 알기에 공을 들여 마현이의 순두부 찌개를 완성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가게를 홍보하기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개성이 없어도 구도와 편집으로 '인스타 감성'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쉽게 만든 성공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3) 임대료의 횡포에 따른 외곽으로 이동
박새로이는 장가 회장 장대익의 횡포를 버티지 못하고 경리단길로 가게를 옮긴다. 그러나 새로 오픈한 가게를 지나는 한 주민이 혀를 차며 말한다. 이 자리에서 망한 가게가 한 둘이 아니다. 빨리 권리금이라도 받고 가게를 넘기고 떠나야 한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청년 박새로이는 자신의 가게를 발전시키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의 해결책은 거리를 되살리는 것이다. 박새로이는 직접 발로 뛰며 주변 가게의 홍보를 돕고 가게를 정비해준다. 어느새 거리는 활기를 되찾고 박새로이와 단밤은 행복한 꿈을 이어나간다.
박새로이의 해결책은 반만 맞다. 단밤 혼자로는 거리의 부진을 이겨낼 수 없다. 경리단길 전체의 흥행을 만들어야 한다. 드라마에서는 이 문제가 아주 쉽고 빠르게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홍석천이 방송에서 홍보하고 경리단길 주민들이 힘을 모아도 이태원의 부진은 해결되지 않았다. 교통이 불편한 경리단길은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경리단길의 유행은 이태원 유입의 증가로 일어났다. 이태원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경리단길에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골목에 위치했음에도 색다른 컨셉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태원과 동일하게 문화 황폐화가 진행되면서 사장길로 들어섰다.
03. 젠트리피케이션 - 강력한 문화 소비 현상
박새로이의 꿈이 결국 판타지인 이유는 그가 이태원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새로이는 이태원 드리머다. 문화적, 자본주의적 성공을 동시에 취하기 원하는 청년의 전형이다. 그에게 이태원이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발판일 뿐이다. 그에게는 이태원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강력한 문화 소비 현상이었다. 게이 컬처, 용산 미군 부대, 이슬람 사원, 힙합 언더씬 등 이태원의 문화는 정말 풍부했다. 이태원은 이러한 소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문화 자본이 고갈됐다. 이를 가속한 것은 거대 자본뿐만 아니라 이태원 드리머, 수많은 박새로이였다. 유행을 좇는 개성 없는 ‘꿀밤’들이 기존의 가게를 밀어내고 이태원을 채워갔다.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은 결정적이었다. 끝이 없어 보이던 우물이 바닥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좋은 문화는 무엇보다도 큰 자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자본주의의 폐해로만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시야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임대료를 올린 건물주와 거대 자본으로 돌리는 것은 간편하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태원을 찾았던 이유는 교통이 편하고 거리가 깨끗해서가 아니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력적인 문화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태원 드림을 꿈꾸던 수많은 박새로이들은 이태원의 문화를 황폐화시켰다. 이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다.
04. 이태원 클라쓰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소상공인의 전형이 박새로이다. 대기업 장가에 의해 삶이 망가진 박새로이는 시련을 딛고 일어난다. 결국 회장 장대익은 박새로이에게 무릎을 꿇고 흐느낀다. 그가 맛본 단밤의 순두부찌개에는 열정이 느껴지는 뜨끈함이 있었다. 이는 장대익도 청년 시절에 가슴에 품었던 뜨끈함이다.
박새로이는 현재의 청년 세대를 대표할 수 없다.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성장시대를 상징하는 뜨끈함은 과거의 것이다. 박새로이에게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위한 취향은 없다. 식상한 재료는 역시 식상한 맛을 냈다. 주위의 모든 것에 눈을 감은 채 복수와 성공만을 위해 움직이는 기계인 그는 순두부찌개만큼 식상하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색다른 성공의 맛을 담지 못했다. 아메리칸 드림에서 파생된 이태원 드림이란 재료는 상해있었다. 꿈과 열정이라는 정석적인 소재와 이태원이라는 신선한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는 결국 이미 우리가 아는 맛이었다. 사람들은 더이상 이미 아는 맛을 보기 위해 이태원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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