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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본데어라이엔이 국경을 30일간 닫기로 결정하다.

 

유럽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10만 명이 넘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많은 국가에서 이동 제한령이 내려졌다.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여 군인까지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 거리

육로는 이미 막혔고 항공마저 취소되고 있다. 항공사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티켓이 무통보 취소/변경되고 있다. 발이 묶인 여행자나 유학생, 교민들은 매일을 불안에 떨고 있다. 주변을 보면 관광객, 유학생은 웬만하면 돌아가려 하지만 교민들은 쉽사리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02. 코로나19 이탈리아 전세기 국민 청원

 

3월 16일 이탈리아 전세기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사람은 교민도 아니고 여행객이었다. 2월에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을 왔다가 발이 묶였다는 그는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항공편이 결항되고 바이러스가 급증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격렬했다. '자기 발로 걸어나갔으면 알아서 돌아올 일이지 왜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하느냐', '전세기가 무슨 카카오택시인 줄 아느냐'라는 댓글이 달렸다. 안그래도 귀국한 유럽 여행객의 많은 수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좋지 않던 여론에 불을 지피는 꼴이었다. 한 여행객의 국민 청원은 이 시국에 놀러간 이들에 대한 분노에 정당성을 심어줬다.

 

문제는 3월 9일에 이미 교민 사회의 전세기 청원이 올라왔었다는 것이다. 우한과 이란에 전세기를 보냈던 것처럼 밀라노에도 전세기 운항을 부탁하고 있었다. 이탈리아가 레드존이 된 것을 언급하면서 감정적인 내용 없이 정부의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탈리아 교민사회는 먼저 내부적으로 대한항공과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현상황에서 정부의 동의 없이 전세기를 띠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대사관에서 수요를 조사하여 비행기를 배치하게 됐다.

이탈리아발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는 유학생, 교민 등 한국인은 정부가 제시하는 개인 비용을 부담한다. 우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도 성인은 30만원, 소아는 22만5000원의 비용을 내고 귀국했다. 이탈리아 전세기 요금은 성인 1인당 150만원 정도로 책정되고 있다. 이는 <해외 위난상황 발생시 전세기 등 운용지침>에 따라 통상 발생하는 합리적 수준의 비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민 귀국에 대한 반대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우한, 이란, 일본 등의 전례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강한 반감이다. 처음에는 귀국 교민들에 의한 바이러스를 역유입을 걱정했다. 점점 귀국 교민들에 대한 검사, 치료 비용 등을 말하며 말 그대로 '돈이 아깝다'는 반응이 많아 졌다. 철 없는 여행객에 대한 질타가 교민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으로 변했다. 이제 안전하진 대한민국에서 밥 숟가락 얹겠다는 교민놈들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03. 이탈리아의 한국인들, 한국의 외국인들

유럽 교민 사회는 특이하다. 그들의 삶의 터전은 이곳이고 한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촉은 한국인과 더 많다. 교민 중 대부분이 여행업계나 한식당, 한인민박 등으로 생계를 꾸린다. 그래서 오래 지낸 교민도 그 지역의 언어를 능숙하게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한인 사회는 굉장히 폐쇄적이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말 못하는 서러움으로 스스로를 닫아버린 아이 같은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타지에서 언제나 외국인이다. 동시에 여행 온 한국인을 향해 교민들은 은근한 비웃음을 내비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을 벗어났다는 미묘한 우월감이 존재한다. 교민은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닌 것인가? 한국인과 외국인의 경계선에 선 이들의 존재는 불분명하다.

 

한국인은 외국에서도 한국인이다. 얼마 전에 친구가 갑자기 물었다. "내가 만약 시민권을 따면 나는 한국인인가? 스페인사람인가?" 쉽사리 답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타지 생활을 하며 아무리 잘 섞여들어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나는 어딜 가도 한국인이다. 물론 시민권을 포기하면 법적으로서 한국인은 아니다. 그러나 핏줄은 법보다 더 진하다. 문제는 다시 돌아왔을 때 내가 한국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이탈리아 전세기의 문제는 '너는 우리편이냐'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대한민국의 여론은 그들을 남의 편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이탈리아 교민은 분명 자신을 한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을 터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일 때 한국인은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도 국민성이 큰 몫을 했다. 반면에 당신이 '우리'가 아닐 때 한국인은 굉장히 냉담하다. 한국에 놀러왔던 외국인 친구들의 입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굉장히 차가워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친해지면 정말 따듯한 사람들이다. 정말 따듯한 사람들이다.

모로코에 있는 아이들 아빠 좀 꺼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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