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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우울이 귀찮다

현대인에게 우울은 어느 정도 모두가 공유하는 속성이다. 서점 베스트셀러 매대에는 우울을 주제로 한 에세이가 항상 올라와있다. 그만큼 우울이 흔하단 뜻이겠지. 필자도 꽤나 우울의 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글을 쓸 때 우울이 끈질기게 들러붙는다. 갑작스레 우울에 빠지면 쓰던 글도 놓고 한없이 침잠한다.


초고를 끝낸 뒤의 N번째 원고를 쓸 때 우울에 빠지곤 한다. 내가 써놓은 게 너무나도 부끄럽고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지고 이 글이 완성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적으면 이틀 많으면 2주까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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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글 쓰다 우울에 빠지는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우울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 느낌이 온다. '오늘 쓴 꼬라지 보아하니 내일은 막막해서 우울에 허덕이겠구나.' 그리고 며칠 우울에 몸을 범벅하다 보면 또 느낌이 온다. '적당히 나를 괴롭힌 것 같으니 내일은 다시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겠구나.' 문제는 이걸 안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해도 우울을 피해 갈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저질러 놓은 개 같은 문장을 마주하거나 마구잡이로 벌여 놓은 데이터 뭉치 앞에서 나는 우울로 돌아간다.


우울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찾고 싶지만 서점에는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너무 많다. 의미 있는 책들이지만 자신만의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내게 적용할 수 없다. 나는 우울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그러기에는 나의 소양도 부족하다. 다만 내게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는 우울에 대처할 수 있는 쉽고 빠른 방안만이 필요하다.


01. 상승나선

한국에는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상승나선(The Upward Spiral)'이란 책은 우울에 좋은 행동을 제시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던진다.


운동을 해서 BDNF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그 자체로 멋지지만, 항우울제가 BDNF를, 특히 전두엽에서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알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82


82 Balu. D. T., Hoshaw, B. A., et al. (2008). <항우울약과 비항우울약 치료의 중심적 BNDF 단백질 농도의 조절 차이Differential regulation of central BNDF protein levels by antidepressant and non-antidepressant drug treatments>. Brain Research, 1211: 37-43

우울을 정의하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게 귀찮은 내게 이보다 좋은 문장으로 만든 책이 있을 수가 없다. 우울이 유년 시기의 아버지의 학대와 가난, 유전적 요소 그리고 사회적 경험과 맞물려 생기기 때문에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글로 적고 상담 치료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대단한 여정은 내게 너무 지루하다. 그리고 그 정도의 우울을 겪지도 않고. 내게 필요한 것은 '지금 우울한 이유는 세로토닌이 수용체가 지나치게 많아 의사결정에 두려움을 느끼고 이는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진단이다.


책은 우울이나 불안, 스트레스 상태에서 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위의 인용구처럼 사실을 말하는 문장 모두에는 참조가 붙어있다. 이 책에는 무려 298개의 참조가 있다. 심지어 참조를 모두 번역했다(번역가에게 경의를). 그 이유는 당신이 우울을 어떻게 이해하고 느끼는 것과 상관없이 우울의 메커니즘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는 다음 문장에서 드러난다.


운동이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뇌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중임을 기억해야 한다. 회로들을 조정하고, 유익한 신경화학물질을 분비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인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기분을 나아지게 할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라. '이제 기분이 좀 나아진 건가?'라고 묻는 것도 그만두어라.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과제에만 몰두하라.


원제에서 드러나듯이 책은 '상승나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승나선이란 생활의 변화는 뇌의 전기 활동과 화학적 구성의 변화를 만들고 이에 따른 긍정적 감정으로 인해 더 나은 생활이 가능해지는 루틴이다. 그리고 이는 작은 행동으로도 시동을 걸 수 있다. 책은 우울을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우울의 상태에서 상승나선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말해준다.


상승나선의 핵심인 수면, 운동, 마음수련, 집중을 도와주는 앱 4선을 골랐다. 이 앱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확실히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사실이다. 투자하는 노력은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선정 기준은 최소한의 노력이다. 조금이라도 귀찮거나 복잡하면 제외했다.


02. 감정은 숫자고, 그래서 통계다 - 데일리오 Daylio

데일리오 감정 기록 어플


마음수련Mindfulness은 감정과 상태를 거기를 두고 차분히 바라보는 것이다. 감정을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감정을 선택하고 일기를 적는 어플이 이에 해당한다. '나는 지금 우울하다'라는 문장을 '작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초콜릿을 왕창 먹었고 그래서 나는 배가 더부룩하며 짜증 난다'와 같은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데일리오 Daylio는 감정의 기록보다 통계에 집중한 어플이다. 매우 나쁨부터 매우 좋음의 기분 5단계와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선택하여 저장한다. 물론 활동은 추가/편집할 수 있다. 추적하는 주요 활동의 카테고리에는 '정신건강', '생산성', '업무', '취미', '건강', '수면' 등이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특정 활동에 따른 기분 점수와 신뢰도, 빈도, 연속기간, 기분 분포, 요일별 분포 등 통계를 제공한다.


데일리오 감정 기록 어플


통계를 보면 나는 하루 작업이 어땠는지가 내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야 할 일을 '미루기'했을 때는 내 감정 점수는 3.0으로 미루지 않았을 때의 4.1보다 1.1점이나 낮다. 반대로 '집중' 행동은 4.5점으로 굉장히 높은 점수다. 결론으로 나는 우울하지 않으려면 그냥 '집중'하면 된다. 멍청하게 들릴 수 있으나 내게는 통계적으로 산출된 결과가 더 신뢰 있게 다가온다. 우울의 근원을 찾는 게 아니라, 우울을 촉발한 매개체만을 찾는다. 우울 매개체는 가능한 최대한 빠르게 회피하고, 행복을 매개체는 가능한 즉각적으로 실시한다.


걱정과 불안은 뇌가 원래 설계된 대로 작동한 결과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나는 불안의 뿌리가 저녁 자체보다 더 깊이 자리한 무엇이며,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면 불안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개는 그냥 심호흡하며 다 잘될 거라고 다독이거나 저녁 모임을 망친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라고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떨칠 수 있다. 그런 다음 썰던 브로콜리를 마저 썰면 된다.


기분과 활동에 메모를 남겨 자세한 감정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게 귀찮아서 아예 감정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추적하고 있다. 현재 내 감정 카테고리에는 '압박감', '외로움', '스트레스', '분노', '슬픔', '초조'의 부정적 감정과 '희망', '설렘'의 긍정적 감정이 있다. 앱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부정적 감정이 훨씬 다양하나 앞으로 '사랑', '신뢰' 등 긍정적 감정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다. 특정 활동에 대한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고 한 주의 끝에는 주간 보고서 알림이 온다.


03. 잠잘 때 듣는 노래는 그만 검색하자 - 필로우 Pillow

수면 어플 필로우


질 좋은 수면은 우울 예방에 필수적이다. 우울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면 좋은 수면을 이루기 어렵다. 하나의 하강나선이다. <우울할 땐 뇌과학>에서는 질 좋은 수면을 특히 강조하며 여러 규칙을 제시한다.

3. 자기 전 준비 단계로 반복적 일과를 만들자. 정신없이 바쁜 하루의 나머지 부분에서 자신을 분리해 낼 수 있는 일 말이다. 특히 전전두피질의 긴장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을 최대 속력으로 해치우다가 갑자기 침대에 누우면 잠들기 어렵거나 질 좋은 잠을 자기 어려울 수 있다. 양치질, 세수, 화장실 가기 그런 다음 잠시 독서하기 등을 할 수 있다. 명상도 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섹스도 괜찮은데 아마 규칙적 반복 행동으로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가능하다면 당신에게 경의를).


필로우 Pillow를 이용하면 자신의 수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켜 둔 채로 핸드폰 옆에 놓고 잠에 들면(혹시나 말하는 데 핸드폰이 내는 전자파에 따른 어쩌고 저쩌고는 유사과학이다) 수면을 기록한다. 뒤척임이나 수면 중 내는 소리 등을 이용하여 계산하는 데 녹음 기능이 있어 어떤 잠꼬대를 했는 지도 들을 수 있다.


또한 필로우는 활기찬 기상을 돕는다. 수면은 4단계로 이뤄지는데 잠을 자는 동안 이 4단계를 반복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깊은 수면이다. 1단계에 일어나면 몸이 가뿐하고 푹 잔 느낌이 든다. 필로우는 수면을 추적하여 최적화된 시간에 알람을 울린다. 아침 8시에 알람을 맞췄더라도 7:47분처럼 그날 수면에 따른 기상시간을 설정한다. 기분 좋게 기상하여 남은 몇 분 동안 명상이나 스트레칭으로 아침을 여는 프로세스를 만들기에도 적합하다.


수면 어플 필로우


뇌와 몸이 피곤에 쩔어있는 상태로도 잠에 못 들고 새벽으로의 여정을 떠나고 있는 당신이라면 필로우를 통해 우선 수면을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어디부터 개선해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면 고치기가 쉬워진다. 다음에 소개할 Endel의 수면을 도와주는 사운드 세션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04. AI가 만드는 백그라운드 사운드 - 엔델 Endel


엔델 Endel은 일주기 리듬 circadian rhythms에 따른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재생한다. 2020 Apple Watch 최고의 앱으로 선정될 만큼 놀라운 기술력을 갖췄다. 엔델의 AI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재생하기 위해 일주기, 날씨, 장소, 심장박동수, 걸음걸이 등을 계산한다. 그중 엔델 사운드의 기본이 되는 일주기 리듬은 하루를 주기로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변화하는 리듬을 말한다.


엔델 에너지 피크(출처:엔델)


Ai Lullaby, Relax, Focus, On-the-Go, Sleep의 다섯 가지 사운드 모드가 있다. 엔델 사운드 엔진은 소리층, 조절층, 효과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음향심리학에 따라 생성된다.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사운드가 조합되고 변화한다.


이 중 Focus 모드를 나는 애용한다. 글을 쓸 때 Lofi-Jazz나 Lofi-hiphop을 노동요로 틀어 놓는다. 가사가나 자극적인 사운드가 없어 집중이 새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파이 뮤직은 집중 상태에서는 좋지만 산만한 상태에서 집중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반면 엔델은 집중에 들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 집에 나서서 도착하기 전까지는 On-the-Go모드를 설정한다. 활기찬 아침의 햇살 같은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버스를 타기 전 햇살 아래에서 담배를 피며 몸과 뇌를 정리한다(몸은 ...).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은 몸을 움직임으로서 집중 전의 전초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Focus 모드를 설정한다.


이미 뇌와 마음과 육체가 모두 집중하기에 좋은 컨디션으로 맞춰져 있는 상태다. 싱그러운 사운드와 에너지 라이징을 도와주는 비트는 집중의 시작 단계에서 굉장히 효율이 좋다. Lofi나 Asmr은 내가 음악에 맞춰야 하지만 반대로 Endel은 음악이 나에게 맞추기 때문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보통 아침에 처리하는 데 이 때는 DeepWork 모드의 타임 어택을 설정한다. 지금도 1시간 30분 글쓰기 세션에서 딥워크를 설정하고 최대한의 집중으로 글을 자유롭게 쓰는 중이다.


엔델 사운드 레이어(출처:엔델)


Sleep 모드도 굉장히 칭찬할 만하다. 많은 이들이 자기 전에 노래를 듣는다. 밤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잠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싶지 않은 거야'와 같은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많이 뜬다. 그만큼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노래로 달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플레이리스트들이 실제로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적다. 감각적인 가사나 멜로디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수면에 앞서 몸에게 그리고 정신에게 수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Endel의 Sleep 모드가 필요한 때다. 시작은 가볍고 팅글거리는 사운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깊은 사운드와 파도 소리가 추가되면서 마치 해변에 온 느낌을 준다. 해변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면 싱크로율이 높다.


이어 파도소리는 줄어들고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해저로 나아가며 고래 소리와 함께 유영하는 꿈속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사용자가 수면에 들어갔다고 판단되면 사운드는 멈춘다. 재밌는 점은 중간에 깨서 핸드폰을 만지거나 크게 움직이면 다시 사운드가 커지면서 잠을 자는 데 도움을 준다.


음악에는 해마, 전방대상피질, 측좌핵을 포함해 변연계의 대부분이 참여한다. 음악을 즐기고 음악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것, 음악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또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엔델의 1년 구독료는 32,000원으로 확실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나 노동에 있어 사운드의 효과는 고대 때부터 SakeL의 노동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입증할 수 있다. 1주간 무료 체험 기간에 보통 50% 할인 오퍼를 한다. 이를 이용하면 15,500에 1년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05. 천천히 달리세요 - 나이키 러닝 클럽 Nike Running Club


잘 잤기 때문에 글을 잘 쓸 수 있었고, 글이 잘 뽑혔기에 마음 편하게 운동을 갈 수 있었고, 운동으로 인해 기분 좋은 피로감 속에서 잠을 잘 수 있었고, 운동과 질 좋은 수면으로 새롭게 채운 에너지로 다시 글을 잘 쓸 수 있었다.


상승나선은 이렇게 상호작용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끌어올려주는 관계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는 것으로도 삶은 나은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나같이 목표 설정 페티시가 있고 전력질주광인 사람은 조금 신난다고 마구잡이로 속도를 올려버리는데 금방 나가떨어지기 쉽다.


나이키 러닝 클럽 Nike Running Club(이하 NRC)은 너무 빨리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는 러닝 앱이다. 첫 러닝 가이드 세션을 시작하면 '누가 뒤에서 밀까 싶을 정도로 천천히 달리라'고 말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다시 한번 앞으로 차내는 것이 러닝 아니었나? 이에 대해 러닝 가이드 아이린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고통이 느껴진다면 너무 빠르게, 너무 힘들게 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회복 러닝은 몸을 아프고 힘들게 하는 러닝이 절대 아니에요. 러닝=고통이라는 공식은 절대 성립되지 않아요. 그러니 힘을 빼고 속도를 늦추세요. 여러분의 몸이 편안하고 강하게 느껴지는 페이스를 찾아보세요. 이 러닝의 목적은 성공적으로 완주를 해서 다음에 또 달리고 싶도록 여러분 자신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운용을 컨트롤한다는 확신이다. 손과 발이 움직이는 것을 명확하게 의식하고 깊이 코로 숨을 들이쉰다. 기분 좋을 만큼 천천히 뛰는 동안 자신에 대한 확신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속도는 처음에는 누구나 느리다. 그러나 이 속도에 익숙해지고 체력을 키우면서 점점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출처: 러닝 코치 아이린(인스타그램 @uni_irene)


우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무엇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똥으로 가득 찼고 내 인생은 이미 글러먹은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통제권이다. 최소한 내 손가락은, 내 발은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통제권을 확인하면 내 방과 같은 공간, 그리고 이어서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다.


호흡을 컨트롤하세요. 호흡을 컨트롤하면 러닝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이제 5분도 안 남았어요.


06. 나는 죽고 싶지도 않고 떡볶이도 먹고 싶다

우울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또 나는 우울이 싫은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 귀찮을 뿐이다. 우울 상태에서 내 뇌는 엄청난 꼰대가 된다. 사소한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모든 것을 아니꼽게 보고, 모든 가능성을 의심하고, 내 자신을 비판하는 능력이 극대화 된다. 어떤 의미로 대단하지만 여간 피곤한 상태가 아니다.


우울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인간 종에 남아있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우울의 증상인 사회적 고립과 극도의 예민성이 전염병 전파를 낮춘다는 연구가 있다1. 겨울에 특히 우울해지는 이유는 번식의 이점 때문이다. 우울로 인한 불면증, 저조한 기분, 무기력 등은 겨울 동안 성욕을 낮추어 먹을 것이 부족한 봄, 여름에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막는다2.


또 우울은 창의적인 일에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봐도 글이 막혀 며칠 동안 굴러다니다보면 갑자기 조각이 맞아 떨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우울 상태에서 정신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생각을 하며 뇌의 가장자리까지 뒤집곤 한다. 행복한 상태에선 전혀 하지 못했을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3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것은 우울과의 적당한 거리다. 우울이 내게 창의력과 비판력을 선사하지만 내 행복을 방해할만큼 가까이 두고 싶지는 않다. 나는 죽고 싶지도 않으며, 죽고 싶은데 떡볶이를 먹고 싶을 만큼 떡볶이를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적당히 죽고 싶지도 않고 적당히 떡볶이도 먹고 싶을 뿐이다.




1. Raison CL, Miller AH. The evolutionary significance of depression in Pathogen Host Defense (PATHOS-D). Mol Psychiatry. 2013 Jan;18(1):15-37. doi: 10.1038/mp.2012.2. Epub 2012 Jan 31. PMID: 22290120; PMCID: PMC3532038.
2. J.M. Eagles,Seasonal affective disorder: a vestigial evolutionary advantage?, Medical Hypotheses, Volume 63, Issue 5, 2004, Pages 767-772, ISSN 0306-9877
3. Ph Courtet, D Castelnau, Tempérament et créativité, Annales Médico-psychologiques, revue psychiatrique, Volume 161, Issue 9, 2003, Pages 674-683, ISSN 0003-4487


 

우울할 땐 뇌과학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책”최신 뇌 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일단 발병하면 최후 증상이 자살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고 파괴적인 정신 질환, 우울증. 우리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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