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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광고를 꺼리는 100만 유튜버

유튜버는 광고로 먹고산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에 붙는 네이티브 광고에는 수익의 한계가 있다. 콘텐츠보다 당장의 수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유튜버들은 뒷광고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승우아빠 vs 샌드박스


그런데 여기 광고를 꺼리는 유튜버가 있다. '-는 사드세요. 제발' 유행을 만든 승우아빠다. 그는 MCN 회사 샌드박스 소속이다. 샌드박스는 소속 유튜버의 외부 광고 중개료로 회사를 운영한다. 승우아빠는 샌드박스의 주 수입원이 광고임을 알면서도 여러 영상에서 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 이유를 단순히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 크리에이터로서 윤리의식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는 확실한 전략을 갖고 유튜브에서 성공을 이끌어낸 직업 유튜버기 때문이다. 승우아빠가 광고를 거부하는 이유에는 유튜브와 광고, 그리고 MCN과 유튜버의 관계에 대한 이유가 담겨있다.


01. 유튜브 공룡 MCN

MCN은 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다. 말 그대로 여러 채널을 규합하여 만든 하나의 망이다. MCN의 유튜브 광고 또는 외부 브랜드 광고 등의 광고 수익이 주 수입원이다. MCN 중 하나인 샌드박스는 유튜버의 네이티브 광고 수익은 건드리지 않는다. 소속 유튜버와 브랜드를 연결해주고 광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샌드박스가 가져간다.


어떻게 보면 유튜버에게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유튜버는 자신의 고정적인 수익은 지키면서 추가로 외부 광고를 받고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샌드박스는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크리에이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이라는 모토를 내세운다. 소속 유튜버에게 매니지먼트, 제작 지원, 콘텐츠 수익화 등의 지원을 약속한다.


샌드박스 매출액, 소속크리에이터 수


샌드박스는 유튜브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다. 샌드박스의 매출액은 2016년 58에서 2019년 608억으로 매우 가파른 성장을 보인다. 중소기업부 '예비 유니콘 기업'에도 선정되고 총 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할 만큼 승승장구 중이다. 2020년 기준 샌드박스 네트워크 소속 유튜버는 484팀으로 떵개떵, 유병재, 장삐쭈, 주호민 등의 대형 유튜버가 속해있다. 월평균 조회수는 21억 6,000회로 국내 유튜브 시장의 10~15%의 점유율을 보여준다. 중복을 포함하여 총구독자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근데 샌드박스의 창립자 도티가 소속 유튜버일 뿐인 승우아빠에게 혼나고 있다. 초등학생의 대통령이자 마인크래프트 유튜버의 시초, 600억+ 매출의 샌드박스 이사 도티는 왜 100만이 이제 넘은 유튜버에게 혼나고 있는 걸까.


02. 샌드박스는 사드세요...... 제발!?

승우아빠의 영상 샌드박스를 볶아 보았습니다 feat.도티에서 웃음으로 승화된 갈등과 미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MCN 회사의 이사가 소속 유튜버에게 까이지만, 오히려 잘못한 학생을 꾸짖는 선생님 같다 승우아빠는 이전에도 샌드박스에 대한 여러 불만을 말해왔기에 시청자는 흥미진진하게 이 두 사람의 구도에 집중하게 된다.



승우아빠는 15년 경력의 셰프였다. 그는 트위치에서 반응이 좋아지자 취미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콘텐츠 제작에 재미를 발견하여 유튜브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업인 쉐프와 유튜버 사이에서 조건의 압박이 있었고 결국 유튜버를 선택했다. 현재 구독자 100만이 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준 것은 '-는 사드세요...... 제발' 시리즈다. 승우아빠는 우선 요리 유튜버긴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요리를 보여주기보다 실패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많다. 시청자는 셰프면서도 친근한 모습에 정감과 재미를 느낀다. 그가 만드는 것은 참치캔, 오이치킨, 아이스크림 등 일반적으로 요리 유튜버가 다루지 않는 소재를 다룬다. '굴소스는 사드세요...... 제발'이 터지면서 승우아빠의 해괴하고 고집스러운 시도는 보답을 받게 된다.


는 사드세요 제발(승우아빠) 통계

승승장구하는 유튜버임에도 불구하고 승우아빠는 광고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019년에는 한 해가 끝날 때까지 광고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에 전업 유튜버로 전향하면서 광고를 진행하나 같은 규모의 유튜버들과 비교했을 때 그 수가 매우 적다. 그의 메인 채널에 올라간 광고는 단 하나다. 샌드박스에 의해 중계된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광고였음에도 승우아빠는 평소 하던 대로 젤리를 만드는실패하는영상을 만들었다.
*서브채널인 '승우아빠 일상채널'에는 과자 리뷰 광고가 있다.


승우아빠는 샌드박스 소속이면서도 샌드박스를 대차게 까는 유튜버다. 웃긴 점은 광고를 꺼리면서도 샌드박스와 1년 재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서브채널인 승우아빠 일상채널에는 샌드박스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재밌게) 표출한다. 연말 샌드박스 파티를 갔다 온 후에는 셰프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분노하는 영상이 업로드됐다. 그는 샌드박스의 콘텐츠 지원과 운영 방식에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한다.


03. 샌드박스가 승우아빠에게 혼나는 이유

MCN과 소속 유튜버(샌드박스와 승우아빠)의 관계는 흔히 소속사와 연예인의 관계로 묘사된다. 유튜브라는 TV에 등장시킬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모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MCN과 유튜버의 관계는 방송국과 채널에 가깝다. 유튜브는 공중파, 신문 등과 같은 하나의 미디어 시장이다.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며 광고 수익을 유튜브와 나눈다. 그리고 MCN은 채널의 집합으로 이를 관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MCN과 유튜버의 관계


MCN이 유튜버와 계약하여 얻는 것은 시청자층이다. 샌드박스는 유튜버에게 외부 광고를 제외한 다른 비용을 받지 않고도 다양한 지원을 약속한다. 그 대가로 계약한 유튜버의 데이터에 접근 권한을 갖는다. MCN은 몸집을 불리며 모든 연령, 성별, 취미, 직업군을 아우르는 시청자층을 확보한다.


이것이 모든 MCN이 몸집을 불리는 것에 치중하는 이유다. 여러 유튜버를 포섭하면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브랜드와 광고로 협상할 수 있는 마케팅 파워로 이어진다.

그녀의 시청자층을 보죠. 그녀는 매달 5백만 뷰를 생산하는데 14~24세 사이의 여성층이 대부분이군요. 이는 스웨덴의 인구를 보면 매우 큰 비율입니다. 이 나라의 어떤 TV 프로그램도 그녀의 채널처럼 많은 이들에게 도달할 수 없어요. ... 광고주가 원한다면 그녀의 구독자층에다가 24세 이후의 구독자층을 가진 유튜버, 같은 나이대의 남성 구독자층을 가진 유튜버를 추가해서 보여주면 돼요. 문제없습니다. 이런 유의 방식은 오늘날 TV 광고가 줄 수 없는 해답이죠.
_ Malte Andreasson, Account Executive of United Screens(스웨덴 MCN 회사 United Screens의 광고기획자), 스톡홀름, 2015.04.151


그러나 몸집 불리기로 마케팅 파워를 키우는 것은 제한된 파이를 나눠 먹는 치킨 게임이다. 대한민국의 유튜브 이용자는 약 4300 만 명에 달했고 이는 온라인 동영상 이용자의 93%에 해당하기 때문이다2. 유튜브 사용자 증가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샌드박스는 살아남기 위해서 영향력 있는 유튜버를 더 포섭하고 규모를 확장할 수밖에 없다. 다른 MCN들도 동일하게 치킨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청자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몸집 불리기는 회사 운영에 큰 무리를 만든다. 샌드박스의 매출액과 투자금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실질적인 매출이익은 매년 마이너스를 찍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의 매출 증대로 인한 성장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매출액 뻥튀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샌드박스 영업이익


몸집 불리기로 인한 재정적 부담은 부진한 크리에이터 지원과 운영을 만든다. 샌드박스와 계약하는 많은 유튜버가 회사에 속한 많은 유튜버 수를 보고 결정한다. 그러나 샌드박스와 같은 MCN은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튜버 1명에게 할당할 수 있는 자원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대형 유튜버 위주로 광고와 콘텐츠가 운영된다.


이는 보건교사 안은영 광고 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광고를 받은 23명의 유튜버 중에 6명이 샌드박스 소속이다. 6개의 채널 중 50만 이상의 채널이 5개, 20만의 채널이 1개로 구독자 수가 높은 채널들이다. 소속이 없는 유튜버 중에서는 구독자 10만이 되지 않는 분홍밤발명!쓰레기걸같은 잠재력 있는 유튜버도 있다. 반면 샌드박스는 영향력이 큰 소속 유튜버에게만 광고를 전략적으로 할당한 것을 볼 수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샌드박스 채널


샌드박스는 MCN이 약속하는 자유로운 크리에이터 환경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승우아빠는 콘텐츠를 도외시하고 무리한 확장에 치중하는 샌드박스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샌드박스는 MCN을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처럼 소개하지만, 실상은 광고 대행 회사에 가깝다. MCN에 유튜버는 각기 다른 시청자층과 연결하는 광고 유통 채널이다.


04. 샌드박스와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마케팅 파워와 달리 콘텐츠 파워에 투자하는 것은 파이를 확장한다. 획기적인 콘텐츠가 갖는 영향력은 피지컬갤러리가 기획한 '가짜사나이'에서 증명됐다. 1기와 2기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에 달한다. 여러 논란과 분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짜사나이가 성공적인 기획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군대 컨셉의 세계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올 만큼 젊은 여성의 시청자도 사로잡을 매력이 있었다.


출처: 피지컬갤러리


피지컬갤러리의 김계란이 주축으로 기획한 가짜사나이는 유튜브의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 유튜브가 성숙기에 들어가면서 가볍게 유튜브를 하는 일반 유저도 좋은 장비와 능숙한 편집기술을 갖추고 있다. 대형 유튜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개인 스튜디오와 기획/편집팀을 꾸리고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다른 유튜버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또는 가짜사나이처럼 세계관을 만들기도 한다.


승우아빠와 같은 소속 유튜버가 MCN에 기대하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다. 또한 샌드박스 표방하는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협업과 개발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튜브 시장에서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는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확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샌드박스의 네트워크는 광고를 위한 시청자층이다.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모여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는 창작 생태계를 만들고 크리에이터가 제대로 대우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_샌드박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 도티


승우아빠가 샌드박스의 행태를 까고 창업자인 도티를 영상에 데려와 달달 볶음에도 재계약을 한 이유는 개인적인 추측으로 도티의 인성과 말을 믿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도티가 샌드박스를 만들 수 있었던 힘은 그가 마인크래프트 유튜버로서 일궈낸 성공에 기반한다. 대기업 CJ가 주도하여 만든 MCN인 다이아티비와 달리 창업자가 크리에이터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세운 곳이 샌드박스다.


샌드박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테스트 환경을 말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창작, 수정, 개발이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창작을 무시한 샌드박스는 오히려 크리에이터에게 족쇄가 된다.


05. 유튜브 "크리에이터"

내 채널도 언제 망할지 몰라요
_승우아빠

유튜브는 전통적인 TV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변화하는 비디오 시장을 구축하길 원한다. 반면 MCN은 수많은 채널을 보유한 또 하나의 TV가 되려는 시도다. MCN의 성장은 유튜브를 이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전통적 마케팅에 비견할 정도로 강력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힘은 시청자에게서 나온다. 시청자가 보지 않는데 광고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유튜브는 알고리즘이 관리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청자에 최적화되어 있다. 시청자의 재미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유튜브를 지금의 유튜브로 만든 것은 기술의 발전도, 광고 최적화도, MCN도 아닌 재미를 위한 유튜버들의 획기적이고 열정적인 콘텐츠다.


유튜브 음악시장을 바꾼 저스틴 비버의 'So Sick by Ne-yo'

MCN에는 광고가 핵심이지만 유튜버에게 핵심은 콘텐츠 파워다.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외부의 브랜드 스폰서십도, 유튜브가 애드센스로 제공하는 애드머니도 모두 부차적이다. 콘텐츠 파워가 없다면 모든 수익 모델은 무용하다.


승우아빠는 콘텐츠 창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청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창작하는 힘은 유튜브 플랫폼을 넘어선다. 비디오 커뮤니티의 시작이자 끝인 유튜브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지 모른다없을 것 같아...하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앞의 유튜브가 없어져도 콘텐츠로 살아남을 수 있다.

광고 영상을 하나 시작하면 많이 늘어날 것 같아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돈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될까 봐요. 제 채널은 제 공간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구독을 누르신 거라.
_승우아빠



1 Jacob Gardner, Kevin Lehnert, What's new about new media? How multi-channel networks work with content creators, Business Horizons, Volume 59, Issue 3, 2016, Pages 29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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